돈 주고 못 사는 경험+

편의점 알바생 후기(feat. 세븐, 미니스톱, GS25)

life camp 2021. 3. 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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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를 처음 시작하거나 알바를 좀 했다 싶은 사람 중 편의점 알바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것도 그런게 제일 알바로 만만하고(일이 상대적으로 쉽고), 길거리 어딜거나 편의점이 존재한다.(항상 수요가 있는 편이다.)

 

 

두 개 브랜드만 벌써 3만개를 넘어간다. 기타 편의점 브랜드를 포함하면 이미 편의점 개수는 6만개를 넘어간다.

 

처음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던 건 고 3 겨울방학이었다. 갓 수능을 마치고 뭔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내내 꽉 찬 시간을 채우며 살아오다가 갑작스럽게 텅 빈 시간을 맞이하게 됐다. 그 공허함을 무언가로 채우고 싶었다.

 

친구들 대부분은 운전면허를 따거나, 알바를 시작했다. 물론, 이제 막 성인이 됐다는 즐거움을 술로 가득채우기도 했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당시 친구가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었고, 나도 어찌어찌해서 같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 당시 점장님은 같은 거리내에 편의점을 2개 정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정말 찐부자라고 생각하며 부러움이 앞섰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힘들었겠다라는 생각이 앞선다.

 

편의점이 두 개 였기 때문에 나와 친구는 같은 야간시간대에 각 각 같지만 다른 편의점에서 근무를 했다. 근무시간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당시 야간시급은 약 5천원 정도 받았다. 금액은 어느 정도 기억나는 것 보니 그 당시 나는 근무를 하는거에 비해 많이 억울했나 보다. 2021년 최저시급이 8천 7백원을 육박하는것을 보면 그 당시 어떻게 저 돈을 받고 일을 했나 싶다.

 

모텔과 도박장이 즐비한 곳에 편의점이 있었기 때문에 야간에 방문하는 손님도 대부분 모텔이나 도박장에 방문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그 날도 어김없이 야간근무를 하고 있었다. 어떤 아재가 담배를 하나 사면서 나에게 '여기 오입할 수 있는데가 어디있어?'라고 물었다. 그 때 나는 꽤 순수했던 유교소년이었기에 그게 무슨말인지 몰라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네?'라고 반문했다. 그 아재가 재차 해당 장소를 물었지만, 난 정말 그게 뭔지 몰랐고, 난 그저 친절하게 최대한 알려주고 싶은 불쌍한 소년이자 알바생이었을 뿐이었다. 아재는 급기야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고, 내 당황한 표정이 안되어 보였던지 뒤에서 담배를 사려고 기다리던 다른 아재가 '여기 모텔 어디어디로 가면돼요.'라고 알려주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참 당황스러웠던 기억이다.

 

그 뒤 여차저차해서 그 의미를 알게 되었지만, 당시 당황하고 불쾌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다. 당당하게 장소를 묻고, 내가 그걸 모른다고 타박했던 그 아재의 인성이 내가 20살 초입해서 마주했던 어른의 한 모습이었다. 지금의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지도 문득 궁금해진다. 아마 똑같이 모른다고 하고, 능청스럽게 대처하지 않았을까?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GS25 편의점 알바도 참 골고루 했다.

 

고등학교 방학 시절 편의점 알바가 뭔가 공허함을 채우고 경험을 위한 행위였다면, 대학생이 되고 시작한 편의점 알바는 본격적인 생존의 시작이었다. 대학생활의 내 모토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는거였기에, 대학생 시기는 내 알바역사에서 전성기이기도 하다. 정말 많은 알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생존을 위한 알바도 하면서 경험도 한다. 1석 2조이지 않은가?

 

대학교 1학년 1학기 폭풍같은 신입생 시절을 겪고, 2학기가 되자 용돈이 필요했다. 집에 손을 벌릴수도 있었지만, 뭔가 멋이 없어보였기에 내 손으로 돈을 벌며, 용돈을 충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그리고 결국 돈이 부족해서 집에서 용돈을 받았다.) 역시나 만만한 건 편의점 알바였기에 편의점 알바를 구했다. 주간에는 학교를 다녀야했기에 자연스럽게 야간 파트타임을 시작했다. 이미 고 3 겨울방학 때 술 취한 아재들을 통해서 단련이 되있다고 생각했는지 이제 웬만한 주정뱅이는 쉽게 다룰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큰 착각이었지만.

 

내 또래 대학생 친구들은 애초에 자기 주량을 모르는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그걸 왜 술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실험하는지는 좀 의문이었지만, 자신의 주량한계를 몸소 실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인간이라는 생물체가 알코올을 어디까지 섭취하는지 끊임없이 증명했다. 역시 대학교라 그런지 학업에 대한 정신이 남달랐다.

 

풋풋한 대학생들이 모여서 그런지 그렇게 헤어지고, 싸우고, 술 마시고, 울고, 싸우고, 헤어지고 또 만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 그렇게 편의점에 앉아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지 매장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고 거의 울다시피 부탁했던 경험도 있다. 토는 왜 그렇게 하고 다니는지 정말 곤욕이다. 뭐랄까. 술 먹은 사람을 대하는 대처방법을 책으로 펴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폭풍같은 편의점 야간알바를 경험하고, 그 뒤에 빵집알바를 했다.(거긴 정말 천국이었지)

 

폭풍이 지난 뒤 찾아온 빵집알바(사진무관)

 

빵집알바를 경험하고 다신 편의점 근무를 안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렇게 편의점 안하겠다고 생각해놓고 그 뒤로도 몇 번 편의점을 더 근무했다. 그리고 지금도 편의점 근무를 또 하고 있다. 요즘은 주말야간만 잠깐 하는데, 술집 밀집지역이라 역시나 술 먹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유형은 경험해봐서 이제 아무렇지 않으나 얼마전에는 처음보는 유형이 나타났다.

 

새벽에 한창 바쁜 시간대가 지나가고 담배재고를 확인중인데, 어떤 젊은 무리가 몇 명 들어왔다. 들어와서 손짓으로 담배를 가르키는데 '이거 드릴까요?'하니깐 말은 안하고 계속 손짓으로 한다. '아, 이거 말씀하시는거에요?'하니 화가 났는지 앞에 있는 코로나 가림막을 손으로 '팍!'치면서 화를 낸다. 이 사람이 술을 먹어서 그러나 하고 그제서야 자세히 보니 농아인이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얼른 종이를 꺼내서 대화를 시도했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치가 쌓이는 기분이었다.

 

우리 일상속에 깊게 스며들어 있는 편의점, 그리고 자연스럽게 지나치는 그 종사자들과 손님과의 만남. 나는 그 곳에서 많은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또 편의점으로 향한다. 일이 그렇게 편하다고 할 수도 없지만 다시 편의점으로 향하는 건 내가 다양한 인간상을 접하면서 나름의 경험치를 쌓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는 정말 다른 곳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 정말.

 

 

편의점 알바 경험을 통해 얻은 꿀팁을 정리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https://pointofvieww.tistory.com/9

 

편의점 경력만 총 5년인 알바생이 알려주는 편의점 알바 꿀팁(점장님 죄송합니다.)

알바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시는 알바 중에 하나가 편의점 알바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편의점 알바를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편의점 경력만 총 5년인 제가 생각하는 여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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