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추구했던 목표를 어느 순간 잃었다. 실패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 목표에 커스터마이징 되어있던 나의 루틴이 서서히 조각나기 시작하면서 나는 어느덧 정체성을 잃어갔다. 역할모델과 현재상태의 차이가 큰 만큼 무력감은 배가 됐다.
'무력감' 이 한마디 단어가 모든걸 표현할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나는 인식할 수 있었다. 내 안에서 느껴지는 수동적인 분노와 불안감을.
일상생활동안 멍 때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뭔가를 하고 있지만 이 일을 왜 하는지 그 의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모든게 덧없이 느껴졌다. 그냥 공허했다. 해야할 일을 빨리 끝내고, 침대로 들어가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죽이기 시작했다. 즐겁고 편안하긴 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몸 여기저기서 내가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증상이 올라왔다. 일주일, 이주일,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 상황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었다. 어쨌든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했기에, 나는 앞으로 뭘 해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죽고싶은 건 추호도 아니니깐.
돌이켜보면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나는 항상 나의 가치를 점검하곤 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내가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맞는지 점검하고 고민했다. 대체로 그 삶의 가치는 명확했기에 선택도 명확했고, 선택에 따른 후회도 크게 없었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고 했던가. 최근에 준비했던 목표는 내 가치관과 당연히 맞을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했지만 결국 어그러지고 말았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100으로 두지않고,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50의 할당량을 내준것이 문제였다. 어떻게 보면 내게 선천적으로 주어진 흐름에 대해 굴복한 것과 다름없다. 우리의 삶은 어느정도 정해져있다. 태어난 것을 선택하지 않았고, 죽는것도 선택할 수 없다.(극단적선택이 아니라면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선택권은 없다.) 밥을 먹어야 살고, 잠도 자야한다. 성적으로 성숙하면 이성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생식행위를 통해 유전자를 퍼뜨린다. 사회적 동물이기에 혼자 살아갈 수도 없다. 그러기에 우리의 선택도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으로 우리 인체 내 거대한 시스템에 의해 지배받는다. 비단, 생물학적인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으로 우리에게 내재된 부분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선택에 있어 주도적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투입시키기 위해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왜 그래야한다고 묻는다면 그것조차 개인의 선택이다. 자연스럽게 주어진 생물학적 법칙에 따라, 먹고, 자고, 싸고 살아가도 크게 문제되는 건 없다.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럽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삶에서 추구했던 가치가 뭐였는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어떤 삶의 가치를 추구해왔는지 앞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할지 혼란스럽다.
나는 나를 대표하는 삶의 가치는 '인간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봉사하면서 그 행위를 통해 얻는 기쁨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타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고민하자 답은 달라졌다.
한 때는 내 삶의 가치가 '내가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펼치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이 가치는 적어도 10년동안은 유지해왔던 것 같다. 곧 희미해지긴 했지만, 난 내가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펼쳐서 내 자신에 대한 개발을 해내는 것이 가치있다고 여겼다. 이 가치 역시 그 소멸기한을 다하고 사그러져갔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 다른 삶의 가치를 선택하기 위한 기로에 서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그 가치가 어떤 거대한 도덕적 가치가 되어야한다는 강박 때문에 쉽게 정해지지 않는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앞으로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할 가치가 이렇게 몇 번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10대에서 선택했던 나의 가치, 20대에서 선택했던 나의가치, 그리고 30대에 선택하는 나의 가치는 그 차이에 있어서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 가치를 선택함으로서 얻는 결과를 어느 정도 경험해봤기에 이제는 그 선택에 신중하다. 40대가 되어 내가 선택했던 가치가 어땠을지 또 돌아보면 어떨지 궁금하다. 이 지긋지긋하면서도 꼭 해야하는 고민, 그리고 그와 함께 동반하는 내 삶이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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