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는 게 실감이 나는 시기입니다. 얼마 전 새벽에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귓가에 모기가 앵앵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황급히 불을 켜고 모기를 찾아 나섰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제 팔뚝에는 모기가 거쳐간 흔적이 남았습니다. 모기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실감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모기를 제대로 피하기 위해 알아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 모기에 안 물리는 과학적인 방법을 설명합니다. 모기의 계절, 전쟁을 선포합니다.
1. 일단, 모기라는 놈에 대해 알아봅시다.
모기는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됩니다. 기온이 18도 일 때, 이 기간은 25일입니다. 그러나, 기온이 올라가면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기온이 22도로 올라가면 19일, 26도에서는 12일, 30도가 넘으면 7일만에 성충이 될 수 있습니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암(컷) 모기는 성충이 된 후 1, 2일 만에 교미를 하는데, 단 한 번의 교미로 일생에 필요한 모든 정자를 수컷에게 받습니다. 암모기는 정자를 저장해 놨다가, 알을 낳을 때 씁니다. 암모기는 2~4주 정도 살면서 3~7회 알을 낳습니다. 한 번 알을 낳을 때마다 100~150개를 낳습니다. 참고로 모든 모기가 사람을 무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사람의 피를 먹는 것은 산란기의 암컷 모기입니다. 수컷은 사람을 물지 않고, 꽃의 꿀이나 수액, 이슬 등을 먹고 살기 때문에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위의 내용을 토대로 봅시다. 기온이 30도가 넘으면 알 하나가 7일만에 성충이 되고, 암컷 성충은 또 알을 100개 낳고, 100개의 알은 또 7일만에 성충이 됩니다. 알 하나가 한 달만에 무려 1만 마리의 모기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 될 수록 모기의 수는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2. 모기가 피를 빠는 방식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 1위가 '모기'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모기는 말라리아, 황열 등 다양한 병을 전파시킵니다. 그 희생자만 70만 명~1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악어가 매년 1천년의 희생자를 발생시키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많은 수치입니다. 모기에 의한 희생자가 높은 이유는 모기가 다양한 질병의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즉, 피를 빨기 때문이죠.
국내에 서식하는 모기는 56종, 전 세계적으로는 2,500여 종이 있습니다. 종류에 따라 서식지, 옮기는 질병, 사람을 무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모기는 빨간집 모기입니다. 이 모기는 주둥이에 흰색 띠가 있고, 주로 오후 7시 이후에 활동합니다. 하천 등에 알을 낳기 때문에 장마 때는 알이 물에 씻겨 나가면서 수가 크게 늘지 않지만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시작되면 급증합니다.
숲에서 출현하는 숲모기는 빨간집모기보다 큰 편입니다. 주로 흑색이나 진한 갈색을 띠며 배나 다리에 흰색 점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을 물 때는 항상 뒤에서 공격합니다. 그래서 숲에서는 주로 목덜미 뒤쪽, 팔꿈치, 허벅지 뒤쪽 등이 주로 물립니다. 숲모기는 흡혈관이 빨간집모기보다 굵은 편이라 상처도 더 크게 남기고 모기향을 피워도 흡혈을 멈추지 않습니다. 사람은 집모기보다 숲모기의 타액에 적응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물리면 몸에서 항원항체 반응이 더 격렬하게 일어나 훨씬 더 아프고, 물린 부위가 부어오릅니다. 야외활동 시에는 모기기피제를 반드시 발라주는 게 좋겠습니다. 모기기피제를 고를 때 사람이 좋아하는 레몬 향이나 소나무 향이 나는 물품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이 향은 모기가 오히려 좋아하는 냄새입니다.
모기는 살기 위해서 하루 최소 2분간 피를 빨아먹어야 합니다. 한 번 피를 빨기 시작해 충분히 배를 불리는데 필요한 시간은 15초, 수치상으로 보면 약 8번 정도 피를 빨아야 합니다. 모기는 1회 15초 동안 자기 체중의 2, 3배인 우유 한 방울(3~10mg) 정도를 빱니다. 배를 채운 모기는 가까운 곳에 있는 벽이나 나무, 현관 기둥 등에 붙어 45분 정도 휴식하며 수분을 배출하고, 영양분을 배 속에 남깁니다. 자, 여기까지 알아봤다면 모기에 안 물리는 과학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봅시다.
3. 모기에 안 물리는 과학적인 방법
1) 모기는 가장 마음에 드는 먹잇감을 주로 공격합니다.
- 모기는 기초체온이 높고, 신체 분비물이 많은 사람을 선호합니다. 임산부와 어린이가 대표적입니다. 임산부는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 하고,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체내 대사활동이 활발해지며 체온도 올라갑니다. 높은 온도를 좋아하는 모기의 특성을 이용해 선풍기나 에어컨으로, 실내 온도를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여성의 경우 체온이 높아지고 질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많은 '생리기간'에 모기에 물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 모기는 숨 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해서 피를 찾습니다. 몸집이 크거나, 뚱뚱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기 때문에 모기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 모기는 운동하고 온 사람을 좋아합니다. 모기는 젖산, 체온, 채취 등을 감지해 먹잇감을 선택합니다. 운동을 하면 몸에서 젖산이 분비되는데, 이 젖산이 모기를 유혹합니다. '모기가 땀 냄새를 좋아한다.'는 말에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운동 후에는 꼭 샤워를 해서 모기를 쫓아냅시다. 자기 전에 샤워를 해 체취를 없애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향수나 헤어스프레이를 뿌린 사람은 아무런 냄새가 안 나는 사람보다 모기에 물릴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샤워나 목욕 후 향이 강한 화장품을 바르지 않은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술을 마신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모기에 잘 물립니다. 캐나다 한 연구팀은 술을 마신 후 호흡을 통해 나오는 냄새가 모기를 반응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 모기약 사용법, 지금껏 잘못 알고 계셨습니다.
모기를 잡고, 잡아도 계속 나오는 모기들은 약간 벌어진 방충망, 배수관, 창틀의 빗물 구멍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거나, 사람들이 드나드는 출입문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모기는 2mm의 작은 구멍만 있어도 몸을 절반 정도 오므려 비집고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틈새를 잘 막아야 합니다. 방충망을 해놓았는데도 모기가 들어온다면 창틀에 구멍은 없는지, 방충망이 찢어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창틀에 생긴 틈은 스펀치나 플라스틱 소재의 보충물을 넣어 막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떻게든 피를 빨기 위해 노력하는 모기에 대항하기 위해 스프레이형 모기약이나 모기향 등을 사용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프레이형 모기약을 사용할 때 방에 잔뜩 뿌린 뒤 주무시지는 않나요? 에어로졸은 모기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직접 분사해서 죽이는 용도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모기를 차단하겠다고 온 방에 모기약을 뿌려놓는 것은 과잉대응입니다. 특히, 가정용 살충제에 포함된 '디페노트린'이란 성분이 위험합니다. 이 성분은 재채기, 비염, 천식, 두통, 이명, 구역질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입니다. 또 모기향과 모기 매트는 밀폐된 공간에서만 효과가 있습니다. 환기를 시키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모기장'입니다. 이때 모기장에 구멍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요즘은 침대 모기장이나 원터치 모기장, 모기장 텐트, 현관 모기장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와있으니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에어로졸을 활용한다면, 출입문이나 현관 부근에 미리 뿌려두는 방법을 제안드립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로졸) 사용은 독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
"특히, 아동의 경우, 체중이 덜 나가 어른보다 부작용의 위험이 큽니다." 고신대 환경보건학과 이동규 교수
3)모기가 귓가에서 앵앵 거린다면, 절호의 찬스!
모기는 앞서 설명드렸듯이 이산화탄소, 체취, 온도 등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정확하게 사람을 찾아냅니다. 모기는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땀에서 나오는 젖산과 포도당을 약 10m~20m밖에서도 감지한다고 합니다. 모기는 일단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사람의 머리 쪽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전등이나 불빛이 있으면 가장 가까운 벽에 달라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게 천적에게 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겠죠. 잠을 자다가 모기가 앵앵거린다면 불을 바로 키면 머리맡 어딘가에 붙어 있는 모기를 쉽게 발견하실 겁니다. 한 방에 보내줍시다.(참고로 모기는 빛을 보고 달려드는 곤충이 아닙니다. 벌레가 빛을 보고 달려드는 습성을 주광성이라고 하는데, 모기는 주광성의 습성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빛을 활용한 모기 퇴치기나 모기 포충기가 효과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4) 모기에 물렸다면?
모기에 물렸다면 가급적 긁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가려움증을 없애려면 물린 부위를 찬물에 씻고, 전용 물파스를 바르는 게 도움이 됩니다. 물파스는 경련의 위험성이 있으니, 만 30개월 이상의 소아에게만 물파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하의 연령이라면 물린 자리에 얼음찜질을 해주세요.
민간요법으로 침부터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일시적으로 알칼리성의 침과 산성인 벌레 독이 중화작용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덜 가려울 수도 있지만, 침 속의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등이 상처를 악화할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습니다.
여름철 모기, 정말 짜증 나고 귀찮은 존재이지만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모기의 애벌레인 장구벌레는 수중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먹이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기가 싫습니다. 도심 속으로 모기가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선, 특히 우리 집에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선 집 주변의 쓰레기통이나 오래된 폐타이어, 플라스틱 용기, 화분 배수로 등의 고인 물을 제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
- 쿠키뉴스, 쿡! 찔러보기, 모기약 사용법, 지금껏 잘못 알고 계셨습니다.
- 1boon, 이웃집 과학자, 왜 나만 모기 물려?
- 동아일보, [DB deep] 모기, 그만 물립시다
- 동아일보, [토요일에 만난 사람] 모기 퇴치위해..30년간 피 빨리는 연구(모기박사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
- 동아사이언스, 모기에 대해 궁금한 것 6가지
- 우수 알콜달콩 블로그, 모기퇴치기/포충기 진짜 효과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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